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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투자자의 인문학' 로버트 해그스트롬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끌고 있는 찰리 멍거는 '현명한 사람치고 항상 뭔가를 읽지 않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버핏과 내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얼마나 많이 읽는지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이런 멍거의 다학문적 독서 철학은 '격자틀 정신모형'으로 알려져 있다.
'현명한 투자자의 인문학'도 멍거의 '격자틀 정신모형'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은 투자에 대해 논하면서 물리학, 생물학, 사회학, 심리학, 철학, 문학, 수학을 비롯한 여러 학문을 다루는데 '인간의 인지적 편견과 그로 인한 잘못된 판단과 행동'이 계속 등장한다.
우리 인간은 본능적으로 손실 회피 기제를 갖고 있으며, 우리의 이성은 완벽하지 않다. 그리고 우리 지식에는 한계가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읽어야 할 책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책을 많이 읽을수록 자신이 모르는 것이 더 많음을 깨닫게 된다.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통해 우리 지식이 갖고 있는 한계를 깨닫게 되는 소중한 경험도 하게 된다. 

세상을 이해하는 제대로 된 격자모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학문분야의 정신모형을 받아들여 통합해야 하며, 그래야만 투자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각자 배운 전문분야의 좁은 울타리에 갇혀서는 안된다.
울타리를 뛰어넘어 세상을 보는 또 다른 관점을 찾아나서야 한다. 

주식시장 혹은 경제가 움직이는 방식은 여전히 미스터리하다.
그래서 시장과 경제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다른 분야의 지식체계로 확장하는 것을 고려한다. 더 많은 지식 분야를 살펴볼수록 시장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재무와 투자를 보다 큰 통합된 전체의 한 부분, 커다란 지식체계의 일부분으로 보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 이것이 격자틀 정신모형 투자 철학의 핵심이다. 격자틀 정신모형은 주식 선택과 같은 제한된 문제를 넘어 폭넓게 확장될 수 있다. 새로운 사업, 새로운 트랜드, 신흥 시장, 돈의 흐름, 국제적인 변화, 일반적인 경제 상황, 시장에서 사람들의 행동 등을 비롯해 시장을 움직이는 모든 힘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물리학

물리학은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물질과 에너지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과학이다. 
인간 존재의 가장 본질적인 면에 대한 질문일지라도 그 질문에 답하는 우리의 능력은 그 당시에 활용할 수 있는 측정도구와 측정된 데이터에 엄밀한 수학적 추론을 적용할 수 있는 과학자들의 능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학생 신분의 뉴턴은 케플러의 '행성 운동에 관한 천체 법칙'을 갈릴레오의 '지상의 낙체법칙'과 통합하기 시작했다. 이 작업은 우주는 변치 않는 기계적 법칙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는 데카르트의 우주론에 기반하여 이루어졌다. 이런 작업을 통해 뉴턴은 물리학의 보편 법칙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뉴턴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순간적인 통찰로 중력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케플러가 세 가지 행성 운동법칙을 정의하고, 갈릴레오가 떨어지는 물체는 일정률로 가속한다고 확신했는데, 뉴턴은 천재적인 솜씨로 케플러의 법칙과 갈릴레오의 관찰을 결합시킨 것이다. 뉴턴은 사과에 작용한 힘과 지구 주위를 궤도 운동하는 달을 붙잡는 힘이, 그리고 태양 주위를 궤도 운동하는 행성들을 붙잡는 힘이, 모두 동일한 힘이라는 사실을 추론해내었다. 

그는 행성이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와 태양 쪽으로 잡아당기는 중력의 힘이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행성이 고정된 궤도를 유지함을 보여주었다. 두 개의 동등한 힘이 균형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균형은 대립하는 힘이나 물리력, 영향력 사이의 평형 상태로 정의된다. 균형 모델은 일반적으로 움직임이 없는 시스템을 나타내는데, '정적 균형'이라 불린다. 대립되는 힘들이 대등하게 맞설 때 그 시스템은 '동적 균형'에 이르게 된다. 

세상에 대한 뉴턴식 관점은, 과학을 시계처럼 예측 가능하고 질서 정연한 우주에 대한 탐구로 묘사한다. 시계를 개별 부품 조각들로 분해해봄으로써 시계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우주를 구성하는 부분들을 하나씩 연구해나감으로써 우리는 우주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물리학의 정의다.
즉 모든 현상을 몇 개의 근본적인 입자들로 환원시킨 다음 이 입자들에 작용하는 힘들을 정의하는 것이 바로 물리학이다.

물리학의 균형이라는 개념은 경제학에 도입돠어 현재까지도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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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은 고전 경제학의 근간일 뿐 아니라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의 기초이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들이 이 균형 이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복잡적응계는 함께 활동하며 서로 상호작용하는 많은 개별 행위자들의 네트워크다. 시스템을 복잡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핵심은 뉴런들, 개미들, 투자자들 같은 그 시스템을 구성하는 행위자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경험을 축적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킨다는 아이디어다. 
만약 복합적응계가 그 이름처럼 계속해서 적응하고 있다면, 주식시장을 포함해 그런 시스템이 완벽한 균형 상태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표준 군형이론은 합리적이고 기계론적이며 효율적이다. 이 모형은 동질적인 개별 투자자들이 주가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공유하며, 가지고 있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할인하여 시장에 반영시킨다고 가정한다. 나아가 이용가능한 모든 수익창출 전략이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되어 있다고 가정한다.
그와 반대로 복잡적응계는 시장은 합리적이지 않고, 기계적이기보다는 유기적이며, 불완전하게 효율적이다. 개별 행위자들이 실제로 비합리적이며, 그래서 주식가격을 잘못 산정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수익성 좋은 투자전략을 만들 여지가 생긴다고 가정한다.

균형이 정말 세상의 자연 상태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균형이 어긋날 때 균형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 자연의 목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균형은 뉴턴 물리학이 시사하는 것처럼 그렇게 변함없는 상태는 아니다. 어느 주어진 순간에, 균형과 불균형이 시장에서 함께 발견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는가는 개인적 관점의 문제다. 마찬가지로 수요공급의 균형과 가격 가치의 균형이 시장의 일상적 움직임에서 항상 나타날 수 있다. 

지구가 더 이상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이 알려졌을 때 우리의 관점이 바뀌었듯이, 세상이 뉴턴의 역학법칙에 의해 엄격히 지배받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시장 변화에 대한 우리 관점도 바뀔 수 있다.

생물학

물리학을 살펴보며 '균형'이라는 아이디어에 초점을 두었듯이, 생물학 분야에서는 '진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다윈의 '종의 기원'의 자연선택이론은 경제학자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다윈의 진화는 꾸준하고 느리며 지속적이다. 생물학자들은 이것을 점진주의라고 부른다. '다윈의 핀치'의 부리나 호랑이의 줄무늬는 몇 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신속하게 대체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수백 년 아니 수천 년의 시간을 걸쳐 점진적으로 일어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변화가 신속하고 극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아마도 DNA 돌연변이 때문이거나 환경의 급격한 변화 때문일 것이다. 그 속도가 어떠하든 항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뉴턴의 세계를 버리고 다윈의 세계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뉴턴의 세게에서는 변화가 없다.
당신이 뉴턴의 물리학 실험을 수천 년 동안 수천 번을 하더라도 항상 동일한 결과를 얻을 것이다.
하지만 다윈의 세계, 다윈의 경제에서는 그럴 수 없다.
얼마 동안은 기업과 산업, 경제에 눈에 띄는 변화가 전혀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변한다. 점진적으로 또는 급격하게 익숙했던 패러다임이 무너져 내린다.

자연선택을 통한 생존이라는 다윈의 아이디어와 매우 유사한 엘파롤 문제의 논리는 경제와 시장으로도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
시장에서 각 행위자들의 예측모형은 다른 행위자들의 모형과 생존 경쟁한다. 결과치를 피드백 받아 일부 모형은 변경될 것이고, 일부 모형은 사라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복잡', '적응', '진화'라고 스탠퍼드대 교수인 브라이언 아서는 말한다.

만약 우리가 주식시장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시장을 지배했던 거래 전략을 찾아본다면, 다섯 가지 주요한 전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 1930년대와 1940년대에는, 벤저민 그레이엄과 데이비드 도드가 1934년 '증권분석'이라는 책을 통해 처음 제시한 엄격한 장부가치 할인 전략이 지배적이었다.
  2. 2차대전 이후 금융시장을 지배한 두 번째 주요 전략을 배당모형이었다. 1929년에 있었던 시장 붕괴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번영의 시기가 돌아오자 투자자들은 고배당 주식에 점점 끌리게 되었다. 그보다 수익률이 낮은 채권은 인기를 잃었다. 배당주 투자 전략이 크게 유행하자 1950년대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배당주 수익률이 채권 수익률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3. 1960년대에 세 번째 전략이 출현했는데, 투자자들은 고배당 기업을 버리고 이익 성장률이 가파를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에 투자했다.
  4. 1980년대에 네 번째 전략이 등장했다. 워런 버핏은 주주이익 또는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5. 오늘날 우리는 투하자본에 대한 현금수익이 다섯 번째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각각의 전략을 이전에 지배적이었던 전략을 뛰어넘어 인기를 얻었고, 그런 다음 그 전략 역시 결국에는 또 다른 새로운 전략에 자리를 넘겨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시장 선택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진화가 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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